WHAT I KNOW FOR SURE

내게 필요한 자세

아이엠도라 2024. 10. 4. 22:26

삶에서 필수적인 감각 하나가 있다면, 하루를 아까워 하는 감각이 아닐까 싶다. 오늘 하루가 너무 아깝다, 라는 이 감각을 지키는 것이 인간을 구원하거나 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내게 주어진 이 아까운 하루 속에서 오늘은 또 무엇을 할지, 오늘은 또 무엇을 했는지, 그것을 늘 기억하는 어떤 감각이 삶을 살릴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나는 공동묘지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일 따위는 관심 없다. 나에게 중요한 건 매일 밤 잠들기 전, 오늘도 뭔가 멋진 일을 해냈어...
라는 생각이다." ('픽사 스토리텔링' 중)

이 대목에서 가장 좋았던 건 "오늘도"였다. 그가 매일 무엇을 멋지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오늘도 무언가 하나라도, 잠깐이라도 멋진 일을 해냈다고 믿는 것, 그것이 인생의 매일이면 좋겠다고 느낀다. 오늘은 거북이를 키우기 시작했어, 오늘은 아이랑 새로운 놀이를 했어,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와인을 땄어, 오늘은 새로운 글 한 편을 썼어, 그렇게 오늘도 멋진 일이 하나 있었어, 라고 말하는 매일을 살고 싶다.

아무리 힘들거나 침체된 날들이 이어져도, 매일, 그래도 오늘 이 기분을 달래줄 멋진 음악을 한 곡 들었어, 그런 말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심지가 있으면 좋겠다.

모든 게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오늘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글 한 편은 썼어, 때론 그렇게 말하는 게 삶을 살아가게 한다고 느낀다. 멋진 일, 아주 작고 사소하더라도 근사한 일 하나 하지 못한 하루란 얼마나 아깝냐 말이야, 그런 감각이 있어야 한다.

[출처] 정지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