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S HERE

정승제 선생님

아이엠도라 2024. 11. 25. 12:43

어때? 떨려? 추우면 더 떨릴 텐데 그래도 내일 별루 안 춥대. 얼마나 좋아. 거의 모든 동네에 잔뜩 붙어 있는 수능 응원 현수막을 보고 "아, 이놈들 수능이구나" 했을 거야. 여러분보다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 더 일찍 겪은 사람들.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나도 그랬었지, 저땐 저런 줄 알았는데" 하면서. 그리고 그날 이후 로 한 장 한 장씩 마주하게 되는 세상에 맞춰 제 앞에 놓여진 선택지들을 골라가며 각자 현재의 모습으로 늙어가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 모두, 자신의 현재 모습을 만들어낸 여러 이유들 중에서 내일 우리가 치르게 될 그것의 결과물은 여러분이 생각한 것만큼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꼬맹이들한텐 내일의 결과에 따라 인생 전체가 결정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뿐이겠지만, 사실 그 수치가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그것도 말이야. 수치가 높게 나왔 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나쁘다 고 꼭 나쁜 쪽으로 가게 되는 것도 더더욱 아니더라고. 그래서 참 재밌는 거야, 인생이라는 게.

우리 어디서 한 분야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인터뷰하는 걸 보면 어때. 꼭 그렇잖아. 크게 절망적이었던 결과였지만 그걸로 인해 현재의 성공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는. 그래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다 그런 절망, 고통 하나씩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 어가잖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일수록 말이야. 저는 부모를 잘 만나 여유로운 환경에서 공부도 잘할 수 있었구요, 수능을 봤는데 평상시보다 잘 봤더라구요. 그래서 원하던 대학에 들어 가게 됐는데 전공이 적성에 너무나 잘 맞았고, 덕분에 원하던 직장에 취업해서 최고의 상사 밑에서 배운 일들은 하나같이 최상의 결과물이었고. 어느 날 이상형인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 고백을 해서 힘들지 않게 결혼했으며 자식이 태어났는데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건강하게 자라 주었네요. 제 인생은 너무 대박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 못 봤잖아. 내일 내 인생 가장 나쁜 점수가 나오더라도 그것 따위가 함부로 내 인생을 망칠 수 없 듯이, 설령 내일 전과목 만점을 받는다 해도 앞으로의 인생에서 보장되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도 좋은 거 딱 하나가 있다면 어떤 태도로 삶을 마주하고 있는지 누군가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나를 지켜볼 거라는 기대감 정도까지만. 결국은 그게 다야.

겉으론 그러하진 않았지만, 일년동안 수험생으로 지내오며 많이 힘들어 했던 거 다 알아요. 아직 어린 나이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시기를 별탈 없이 잘 버텨 준 여러분의 모습 정말 대견하고 기특해. 많이 고맙고. 한편으론 한없이 부족한 나를 이렇게 나 믿어 준 여러분에게 내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나 생각해 보면 언제나 그렇듯 또 미안해지고.

이제 내일이 지나면 여러분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본격적인 여러분 책임의 인생이 시작돼요. 하루하루 경험을 쌓아가며 만들어지게 될 가치관에 따라 그에 가장 걸맞는 선택을 하나씩 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분 이름 석자에 가장 어울리는 인생이 만들어지게 될 거에요. 내일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서툴더라도 자신있게, 무섭더라도 쫄지 말고,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잘 치르고 오세요. 그 결과야 어떻든 아주 요긴하게 잘 쓰여질 멋진 재료가 될 테니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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